치매 진단받으면 통장 잠긴다는 말, 사실이 아닙니다 (진짜 막히는 건 따로)

치매 진단 후 은행 창구에서 가족과 함께 상담받는 모습

부모님이 치매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요양원 입소비를 내려고 통장을 들고 은행에 갔는데, 창구에서 “본인이 오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들으셨을 수 있습니다.

이때 대부분 이렇게 생각하십니다. “아, 진단받아서 계좌가 묶였구나.”

아닙니다. 진단 때문에 잠긴 게 아닙니다. 막힌 지점이 다른 데 있고, 그래서 푸는 방법도 다릅니다.

이 글 한눈에 보기

  • 치매 진단만으로 은행이 계좌를 정지시키는 절차는 없습니다
  • 병원비·요양비는 후견인 없이도 지금 인출할 수 있는 길이 따로 있습니다
  • 「은행에 미리 대리인을 등록해두는 제도」는 우리나라에 아직 없습니다

진단서를 냈다고 계좌가 잠기는 게 아닙니다

먼저 이것부터 정리하겠습니다. 병원에서 치매 진단서를 받았다고 해서 그 정보가 은행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은행이 진단 사실을 알고 계좌를 잠그는 절차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이렇습니다.

은행 창구는 돈을 내줄 때 두 가지를 확인합니다. 첫째, 통장 주인이 맞는지. 둘째, 본인이 정말 이 돈을 찾겠다는 뜻인지.

앞의 것은 신분증으로 됩니다. 문제는 뒤쪽입니다. 어르신이 창구에서 무슨 돈인지, 왜 찾는지를 설명하기 어려워지면 은행은 거래를 중단시킵니다. 보이스피싱이나 가족에 의한 재산 피해를 막으려는 조치입니다.

그래서 결과만 보면 잠긴 것과 똑같아 보이지만, 원인이 다릅니다. 잠긴 게 아니라 확인이 안 되는 것입니다.

치매 진단으로 계좌가 자동 잠기는 것이 아니라 창구에서 본인 확인이 막히는 구조 비교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대신 찾을 수 없습니다

두 번째로 많이 하시는 오해입니다. “자식인데 왜 안 되냐”고 하십니다.

민법에서 자녀는 부모의 재산을 대리할 권한이 자동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를 내밀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장 주인의 재산은 통장 주인의 것이고, 그걸 대신 처분하려면 법이 인정하는 권한이 따로 있어야 합니다.

미리 위임장을 받아두면 되지 않느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이미 판단력이 흐려진 뒤에 받은 위임장은 효력을 다투게 됩니다. 나중에 형제간에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 여기서 조심하실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인터넷에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은행에 가서 대리인을 미리 등록해두면 된다”는 글이 돌아다닙니다. 일본의 은행들이 하는 「대리인 예약 서비스」를 우리나라 제도처럼 옮겨 적은 것입니다. 우리나라 은행에는 그런 사전 등록 제도가 아직 없습니다. 은행에 가서 물어보셔도 그런 창구는 없습니다.

병원비는 지금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가장 급한 문제부터 풀겠습니다. 후견인을 세우려면 몇 달이 걸리는데, 병원비는 이번 달에 내야 합니다.

이 상황을 위해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가 치료비 목적 예외 인출이라는 길을 열어두었습니다. 예금주가 의식이 없거나 거동이 어려운 경우, 가족이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없이 치료비를 이체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준비하실 것은 세 가지입니다.

  • 의사 소견서 (예금주가 거동·의사표현이 어렵다는 내용)
  • 병원비 청구서 (내야 할 금액이 적힌 것)
  • 가족관계 확인 서류 (가족관계증명서 등)

찾을 수 있는 돈의 범위도 넓어졌습니다. 예전에는 급한 수술비만 됐는데 지금은 수술비·입원비·검사비까지 됩니다. 돈을 보낼 수 있는 곳도 병원뿐이었다가 요양병원과 요양원까지 늘었습니다.

⚠️ 다만 알아두실 것이 있습니다. 이건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은행들이 함께 마련한 업무 지침입니다. 그래서 은행마다 요구하는 서류와 인정 범위가 조금씩 다릅니다. 가시기 전에 그 은행 고객센터에 “치료비 목적 예외 인출을 하려는데 뭘 가져가면 되냐”고 먼저 전화로 물어보시면 헛걸음을 줄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길은 치료비에만 열립니다. 생활비나 공과금은 이 절차로 안 됩니다.

치료비 목적 예외 인출에 필요한 서류 세 가지 - 의사 소견서, 병원비 청구서, 가족관계증명서

그다음은 두 갈래입니다

병원비를 급한 대로 해결하셨다면, 이제 계속 쓸 방법을 정하셔야 합니다. 길이 두 개 있습니다.

첫째, 성년후견 — 법원에서 권한을 받는 길

가정법원에 후견 심판을 청구해서 후견인으로 지정받는 방법입니다. 후견인이 되면 민법 제938조에 따라 법정대리인이 되어 예금 인출, 계약 체결, 세금 납부, 연금 수령 같은 재산 관리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 걸리는 시간: 통상 3~6개월. 의사의 정신감정을 거치는 것이 원칙이고, 가족 간에 다툼이 있으면 더 길어집니다
  • 필요한 것: 후견심판청구서, 의사 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재산목록, 신청인 신분증
  • 한계: 후견인이 되어도 마음대로 쓸 수 없습니다. 중요한 재산을 처분하려면 법원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해서 급한 지출에는 여전히 시간이 걸립니다

비용 부담이 어려우시면 대한법률구조공단(132)에서 상담받으실 수 있습니다.

둘째, 치매안심 재산관리서비스 — 2026년 4월 시작된 제도

보건복지부가 2026년 4월 22일부터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제도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어르신의 재산을 맡아 관리하면서, 생활에 필요한 돈을 계획에 따라 내어주는 방식입니다.

  • 주요 대상: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등으로 경제적 피해 위험이 있거나 재산 관리가 어려운 기초연금 수급자
  • 운영: 국민연금공단 7개 지역본부에서 개인별 재정지원계획을 세운 뒤 신탁계약을 맺습니다
  • 신청: 본인이나 가족이 국민연금공단 지사에 직접 방문하거나, 치매안심센터·요양시설을 통해 의뢰하는 두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 관리: 매달 지출과 사용 내역을 공단이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이상한 흐름이 보이면 불시에 확인합니다

한 가지 짚고 갑니다. 인터넷에 “정원 750명이니 서두르셔야 한다”는 글이 많습니다. 그런데 정원 숫자는 복지부 발표문에 나오지 않고 연구기관 보고서와 언론 보도에만 나옵니다. 국민연금공단이 밝힌 바로는 2026년 7월 16일 기준으로 첫 계약이 4건 체결됐습니다. 마감이 임박한 상황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서두르실 필요는 없지만, 해당되신다면 상담은 미루지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직접 답한 오해들

이 제도를 두고 가족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시는 것들이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오해와 진실」이라는 안내 자료를 만들어 직접 답을 내놓았습니다. 그중 어르신과 가족이 실제로 궁금해하시는 것만 추렸습니다.

걱정하시는 것공단의 답
국가가 재산을 마음대로 가져가는 것 아니냐아닙니다. 본인이나 후견인의 뜻에 따라 진행되고, 인지 능력이 떨어져도 본인을 위해 쓰이도록 개인별 계획을 세워 관리합니다
치매 진단을 받으면 반드시 가입해야 하나아닙니다. 강제가 아니라 본인이 원할 때만 이용합니다
가입하면 내 돈을 자유롭게 못 쓰나아닙니다. 생활에 필요한 돈은 본인 상황과 의사를 반영한 계획에 따라 쓸 수 있고, 수술비처럼 예상 못 한 큰 지출이 생겨도 바로 지급합니다
이미 판단력이 흐려졌는데 지금 해도 소용없지 않나그래도 공공후견인을 통해 일상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판단력이 흐려지기 전에 미리 정해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후견인을 가족이 맡으면 안 되나됩니다. 어르신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면 친족후견도 가능합니다. 단 친족후견인에게는 수당이 지급되지 않습니다

같은 자료에 보이스피싱 주의사항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경찰이나 금융감독원, 은행은 전화로 돈을 요구하거나 비밀번호를 묻지 않습니다. 이상한 전화는 일단 끊고 아는 번호로 직접 걸어 확인하시고, 재산관리서비스와 관련된 변경 사항은 반드시 지정된 지원인이나 연금공단 담당자를 통해서만 처리됩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안내한 치매안심 재산관리서비스 오해와 진실 카드뉴스

자주 묻는 질문

기초연금을 못 받는데 재산관리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나요?

기초연금 수급자가 주요 대상이지만 그 외에는 무조건 안 된다고 발표된 것은 아닙니다. 재산 규모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국민연금공단 지사에 상담하시면서 확인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시범사업 기간이라 기준이 바뀔 수 있습니다.

진단 전에 미리 해둘 수 있는 게 있나요?

있습니다. 판단력이 충분하실 때 미리 정해두는 쪽이 훨씬 수월합니다. 어르신 본인이 직접 신탁계약을 맺거나, 가족과 상의해 재산 관리 방식을 정해두시면 나중에 급하게 법원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아직 진단 전이시라면 지금이 그 시기입니다.

후견인이 되면 부모님 재산을 마음대로 쓸 수 있나요?

아닙니다. 후견인은 어르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재산을 쓸 수 있고 법원의 감독을 받습니다. 가족이라도 권한 없이 다른 사람 명의 계좌의 돈을 쓰면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어디에 먼저 전화하면 되나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진단이나 검사 단계면 치매상담콜센터 1899-9988(24시간), 재산관리서비스 상담이면 국민연금공단 1355, 후견 절차 상담이면 대한법률구조공단 132입니다.

정리하면

  • 치매 진단만으로 계좌가 동결되지는 않습니다. 창구에서 본인 의사 확인이 안 되는 것이 원인입니다
  • 병원비·요양비는 소견서·청구서·가족관계 서류 세 가지로 지금 인출할 수 있습니다. 은행마다 조건이 다르니 먼저 전화로 확인하세요
  • 계속 관리하려면 성년후견(3~6개월) 또는 치매안심 재산관리서비스(국민연금공단) 두 갈래입니다

오늘 하실 일 한 가지 — 부모님 주거래 은행 고객센터에 전화해 “치료비 목적 예외 인출을 하려면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물어보고 적어두세요. 급해지기 전에 알아두면 은행에 두 번 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글의 제도 내용은 2026년 8월 25일 기준 보건복지부 보도자료(2026년 4월 22일)와 국민연금공단 안내 자료에서 확인한 것입니다. 시범사업이라 기준이 바뀔 수 있으니 신청 전에 국민연금공단에 확인하세요. 개별 사안의 법적 판단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전문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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