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서 무료 건강검진을 해준다고 해서 갔다가, 물건을 계약하고 돌아오는 일이 있습니다. 집에 와서 계약서를 다시 보니 ‘반품 불가’라고 적혀 있어 마음이 무거우실 수 있습니다. 그 문구는 효력이 없습니다. 이 글에서 취소가 되는 이유와, 며칠까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순서대로 짚어드리겠습니다.
이 글 한눈에 보기
- 계약서에 ‘반품 불가’라고 적혀 있어도 취소할 수 있습니다
- 기한은 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14일입니다
- 취소는 말이 아니라 종이로 남겨야 합니다
계약서에 뭐라고 적혀 있든, 법이 먼저입니다

방문판매로 물건을 산 소비자에게는 청약철회권이 있습니다. 계약을 없던 일로 되돌릴 권리를 말합니다.
이 권리는 방문판매법이 정한 것이라, 판매자가 계약서에 무엇을 써넣든 그보다 앞섭니다. 법원도 같은 취지로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 계약서에 반품이 불가능하다고 적혀 있더라도 소비자는 청약을 철회하고 반품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 가지를 기억하시면 됩니다.
- 위약금이 없습니다. 판매자는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 포장을 뜯었어도 됩니다. 제품을 확인하려고 상자를 연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 돈은 돌려받습니다. 판매자는 물건을 돌려받은 날부터 3영업일 안에 대금을 반환해야 합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내 잘못으로 물건이 망가졌거나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경우, 주문 제작한 물건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매장인데요”라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판매자가 “여기는 정식 매장이라 방문판매가 아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이 맞는지 따져볼 기준이 법에 적혀 있습니다.
방문판매법 시행규칙은 사업장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소유하거나 빌린 고정된 장소에서 3개월 이상 계속 영업하고, 손님이 그 안에서 자유롭게 물건을 고를 수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몇 주 반짝 열었다 닫는 자리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같은 규칙은 이런 경우도 방문판매에 포함시킵니다.
주된 판매 목적을 숨기고 다른 것을 무료로 주거나 싸게 준다는 방법으로 손님을 불러 모아 사업장에서 계약을 받는 것
무료 건강검진, 무료 관광, 사은품을 앞세워 사람을 모았다면 그 장소가 어디든 방문판매입니다. 판매자가 매장이라고 주장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며칠까지 가능한가 — 기본은 14일입니다

기한은 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14일입니다. 물건을 계약서보다 늦게 받았다면 물건을 받은 날부터 셉니다.
14일이 지났다고 곧바로 포기하지 마셔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계약서에 판매자 주소가 없는 경우 — 지로용지를 받는 등 주소를 알게 된 날부터 다시 14일
- 계약서를 아예 받지 못한 경우 — 마찬가지로 기산일이 뒤로 밀립니다
- 그 밖의 사유에 따라 최대 3개월까지 인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날짜 계산이 애매하면 혼자 판단하지 마시고 다음 항목의 1372에 물어보시는 편이 확실합니다. 하루 이틀 차이로 갈리는 문제입니다.
취소는 말이 아니라 종이로 남깁니다
가장 많이 어긋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전화로만 “취소하겠다”고 말하고 끝내면 증거가 남지 않습니다. 나중에 판매자가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면 다툼이 됩니다.
한국소비자원은 내용증명 우편으로 통보할 것을 권고합니다. 내용증명은 ‘이런 내용의 편지를 언제 보냈다’를 우체국이 증명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우체국 창구에서 하는 방법 (가장 간단합니다)

- 취소하겠다는 내용을 적은 편지를 똑같이 3부 준비합니다
- 편지에는 이름·주소·연락처, 계약한 날짜와 장소, 물건 이름, 그리고 “이 계약의 청약을 철회합니다”라는 문장을 넣습니다
- 신분증을 들고 가까운 우체국 창구에 3부를 모두 내밀며 “내용증명으로 보내주세요”라고 말합니다
- 한 부는 상대방에게 가고, 한 부는 우체국이 보관하며, 한 부는 도장이 찍혀 내게 돌아옵니다
- 돌아온 한 부를 계약서와 함께 보관합니다
돌아온 그 한 부가 증거입니다. 그리고 청약철회의 효력은 편지를 보낸 날에 생깁니다. 상대방이 받은 날이 아니라 부친 날 기준이라, 기한 마지막 날에 부쳐도 늦지 않습니다.
인터넷우체국(epost.go.kr)에서 우편 → 증명서비스 → 내용증명 경로로 온라인 발송도 가능합니다. 다만 회원가입과 본인인증, 결제가 필요해 창구 쪽이 훨씬 빠릅니다.
혼자 하기 어려우면 여기에 물어보십시오
편지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거나 판매자와 이미 말이 오갔다면,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상담할 수 있습니다.
- 전화: 국번 없이 1372 (평일 09:00~18:00)
- 인터넷: 1372소비자상담센터(ccn.go.kr) 첫 화면 오른쪽의 인터넷 상담신청 칸. 맨 위 상담신청 메뉴에서도 같은 곳으로 갑니다 (2026년 8월 확인)

이곳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공식 창구입니다. 상담은 무료이고, 상담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피해구제 절차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서명하고 도장까지 찍었는데도 되나요?
됩니다. 청약철회는 계약이 성립한 뒤에 그것을 되돌리는 권리라, 서명 여부와 관계없습니다.
Q.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데 사실인가요?
아닙니다. 적법하게 청약을 철회한 소비자에게 판매자는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Q. 이미 물건을 쓰기 시작했는데 늦었을까요?
포장을 뜯은 것만으로는 문제되지 않습니다. 다만 사용해서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경우에는 다툼이 생길 수 있으니, 지금 바로 사용을 멈추고 1372에 문의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Q. 부모님이 계약하신 건인데 자녀가 대신 취소해도 되나요?
계약 당사자 명의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편지는 계약하신 분 이름으로 쓰고, 우체국에는 함께 가시면 됩니다.
정리하면
- 계약서의 ‘반품 불가’ 문구는 청약철회권보다 앞설 수 없습니다
- 기한은 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14일이고, 계약서를 못 받았거나 주소가 없으면 기산일이 밀립니다
- 취소 의사는 반드시 종이로 남기고, 도장 찍혀 돌아온 한 부를 보관하십시오
오늘 하실 일 한 가지 — 계약서를 꺼내 받은 날짜를 확인하십시오. 거기서 14일을 세는 것이 모든 절차의 출발점입니다.
